151224 / 목요일 / 파란색, 청(凊), Blue
1986년 작, 영화 베티블루(Betty Blue)의 하이라이트 씬. 주인공 베티와요그가 주방에서 데낄라 슬래머를 '쳐' 마시며 깔깔대고 춤을추는 장면이다. 졸업과 취업 준비가 한창이던 때 이 영화를 봤던 기억이 난다. 이 영화를 통해 데낄라를 처음으로 알게 되었고, 데낄라를 마실 땐소금과 라임이 필요하다는 것도 그 때 처음 알았다. 컵에 데낄라와 토닉 워터를 따른다. 휴지로 컵 주둥이를 막고 테이블에 쾅 하고 내려친다. 서로 눈을한 번 마주친 뒤, 원 샷! 컵을 내려놓고 나면, 온 얼굴 근육을 사용해 잔뜩 찡그린다. 라임 슬라이스 하나를 입에깨물어 그 즙으로 혀를 달래고, 손등에 묻혀 놓은 소금을 핥는다. 가끔손등이 아닌 다른 곳을 핥기도 한다. 그리곤 다시 눈을 마주치곤 고개를 뒤로 젖히며 신나게 깔깔댄다.
데낄라는 멕시코의 Tequila 시 변경에서 재배하는 청 용설란(Blue agave, 선인장이 아닌 백합과에 속하는 식물)을 원료로제조한 술이다. 용설란을 증류해 만든 모든 술이 데낄라라고 잘못 알려져 있지만, 멕시코 정부는 Tequila 시가 속해 있는 'Jalisco(할리스코) 주에서 재배한 Blue agave'를 사용해 만든 것만을 데낄라로 공식 인정한다. 기본적으로용설란은 수액에 당분을 많이 함유하고 있어 이것을 농축해 아가베 시럽을 만드는 데 사용된다. Blue agave의줄기를 채취한 후 파인애플 모양으로 남아있는 뿌리와 근줄기 부분 - 그 모양 때문에 Pina라고 불리운다 - 으로 만든 아가베 시럽을 채취하여 발효시킨탁주를 증류시킨 술이 데낄라다. 복잡하기도 하다.
데낄라는 그 숙성 기간에 따라 블랑코(Blanco), 레포사도(Reposado, 2개월~1년 숙성),그리고 아녜호(Anejo, 1년 이상 숙성)의세 가지 등급으로 나뉜다. 물론 오래 숙성된 것일 수록 색깔이 짙고,맛이 깊으며 가격도 비싸다. 일반적으로 시중에 유통되는 황금빛을 띈 데낄라는 대부분 아녜호등급이며, 바에서 마시는 마가리타나 데낄라 선라이즈 등의 칵테일 베이스는 하얀 색의 블랑코 등급이 쓰인다.
데낄라 시장에서 가장 큰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호세 꾸엘보(JoseCuervo)는 우리나라에도 잘 알려져 있는 익숙한 브랜드다. 1758년 스페인 식민지시절, Don Jose Antonio de Cuervo의 일가가 스페인 국왕 까를로스 3세로부터 할리스코 지역을 수여받게 되었는데, 그의 아들이 Jose Coervo라는 이름으로 데낄라를 제조하기 시작한 것이 호세 꾸엘보의 시초가 되었다. 현재는 일년에 전 세계에서 500만병 이상이 판매되는 넘버원 브랜드. 희한한 것은, 여기 다낭에서는 어느 마트에서도 호세를 찾아볼 수가없다는 점이다. 덕분에 Pepe나 Sauza 같은 마이너 브랜드 데낄라를 맛볼 수 있었기도 했지만. 호세가독보적인 메이저 브랜드로서의 자리를 지키고 있고, Don Julio, Astral, Ocho, PebuloViejo 등의 브랜드들이 고가 데낄라 시장을 선점하며 고급화 전략을 펼쳐 나가고 있다. 물론, 고급 데낄라는 마셔보지 못했다.
또다른 영화, 쿠엔틴 타란티노의 펄프 픽션(Pulp Fiction)을 보면 존 트라볼타가 데낄라를 스무 잔 이상 들이키고 욕조에 누워 휴식을 취하는 장면이나온다. 감독의 코멘트에 의하면 헤로인을 흡입했을 때의 느낌을 표현하려 했다고 하며, 중독으로 치료를 받고 있던 친구가 그 장면에 대해 조언을 해 줬다고 한다. 그런데실제로 데낄라의 어떤 종류는 섭취했을 때 헤로인과 같은 각성 효과를 나타내기도 한다는데, 그래서 멕시코의데낄라 시에 가면 그 특정 데낄라를 구매하려는 사람들이 줄을 지어 서 있다고 한다. 카르텔은 무섭지만멕시코에는 꼭 가보고 싶다.
베티가 꼭 술을 마시고 나서 소금과 라임을 찾는 바람에, 많은 사람들이이를 따라 소금과 라임을 데낄라의 안주 격으로 취급한다. 데낄라는 40도에서 70도에 이르는 독주이며 타는 듯한 끝맛이 특징인 술이다. 그래서멕시코에서는 주로 술을 마시기 전에 라임을 씹고 소금을 핥는다. 이 사실을 최근에 알게 된 후 비교체험을 해 봤는데, 확실히 술을 마시기 전에 소금과 라임을 섭취하는 게 훨씬 순하게 느껴진다. 데낄라 특유의 타는 맛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하던 대로 해도 될 것 같다. 건강에는어차피 둘 다 좋지 않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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