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그대에게 #3 160206_사랑하는 그대에게

#3

 

일곱 평이나 될까. 좁은 쭈꾸미집에 젊은 사람들이 벅적하게 들어 앉아있다. 열댓 명이나 되는 인원이 테이블을 모아 바싹 붙어 앉아 소주를 마시고 있다. 통제되지 않은 크고 작은 목소리들이 무심히 켜둔 티비 소리와 어우러져 식당 안을 가득 채운다. 술자리가 꽤나 길어진 듯, 건배와 대화는 가까이 앉은 둘, 셋의 작은 그룹 내에서만 이루어지고 있다. 술병을 들고 돌아다니며 잔을 권하는 한 남자는 이런 상황이 마음에 들지 않았나 보다. 거절하는 사람들의 잔을 기어코 골고루 채우고, 가운데 서서 건배 제의를 한다.

 

"사랑이 꽃피는 레스토랑더 키친!"

 

"화이팅!"

 

건배사가 익숙하지 않은 건지, 화이팅이라는 후창이 낯설었던 건지, 타이밍을 맞추지 못한 사람들의 때늦은 외침이 메아리처럼 벽에 부딪힌다. 꽤나 흥겨운 분위기다. 사람들 사이로 첫 술자리의 설렘이 배어져 나온다. 열두시간의 고된 노동 끝임에도 번짐 없이 깔끔한 여자들의 화장, 그리고 분명 종일 토크를 쓰고 있었음이 분명한데도 멀끔하게 왁스로 다듬어진 남자들의 머리 셋팅에서 그 흔적들을 발견할 수 있다. 인파 속, 벌게진 얼굴들 사이로 익숙한 눈이 보인다. 문 앞에 서 있는 종대를발견하자, 그 눈은 곧 부드럽게 굽어져 웃음을 짓는다. 마주친종대의 눈도 똑같은 모양으로 굽어진다. 손에 든 술잔을 내려놓은 여자가 부리나케 문을 열고 나와 종대의품으로 뛰어들고, 일행들의 환호성과 야유가 뒤섞여 열린 문 틈으로 따라 나온다.

 

슬기가 일하는 레스토랑 '더 키친'의첫 회식 날이다. 자리가 좀 뒤섞여 있었지만, 종대는 곧 가장 안쪽 상석에 앉은 다섯 명의 사람들이 오픈 멤버로 주방에서 포지션을 잡고 있는 사람들이었음을 알아차린다. 슬기를 제외하고는 전부 남자로 구성되어 있는데, 외모를 떠나서도 말투나 행동에서 묻어 나오는 여유로 미루어봤을 때 이십 대 초반으로 보이진 않는다. 상대적으로 어려 보이는, 대부분이 여자인 나머지 테이블의 사람들은 아르바이트로 채용된 웨이트리스 팀이다. 한 달이 넘는 준비 끝에 지난 금요일에 개업식을 했고, 미친듯이 바빴던 주말과 월요일을 보내고 나서야 뒤풀이 자리를 마련할 수 있었다고 한다.

 

종대가 가방을 열어 소주 두 병을 꺼내 테이블 위에 놓는다. 사람들의 시선이 모아지고, 종대는 슬기와 자신의 고향인 대전 지역의 소주라고 설명한다. 난생 처음 보는 브랜드의 등장에 사람들은 앞다투어 잔을 내민다. 어깨를 으쓱하는 종대와 슬기 사이로, 좀 전에 건배 제의를 하던 남자가 손을 뻗어 소주병을 나꿔챈다. 남자는 좀 전처럼 테이블을 돌며 새 술을 모두의 잔에 골고루 채운다.

 

"친애하는 더 키친의 여러분. 비록 종대씨가 늦게 오기는 했지만, 오늘 마감을 일찍 한 우리 잘못도 있으니 후래자 삼배는 일단 봐 줍시다. 대신에 종대씨가 건배 제의 한번 하시죠. 귀한 술도 가져다 주셨으니 한 말씀 하셔야죠. 건배사는, 아까 들으셨으려나. '사랑이 꽃피는 레스토랑, 더 키친' 이구요."

 

종대는 자리에서 일어나 잔을 들고 간단히 건배사를 건넨다. '슬기로부터이 일의 고됨에 대해 많이 들어 알고 있다, 하지만 항상 힘 내시고부디 우리 슬기 잘 부탁 드린다.' 는 내용이었다. 좌중에 야유와 웃음이 번진다. 술잔을 높이 들어 부딪히고 들이키니 박수와 환호성이 터져 나온다. 잘 생겼다, 잘 어울린다, 키크다, 닮았다, 뽀뽀해라등의 목소리가 마구 뒤섞이다가, 마지막 말이 되새김질되어 크게 번진다. 종대는 부끄러운 웃음을 짓는 슬기를 일으켜 세워 눈에 입을 맞추고, 턱을 끌어당겨 입술을 맞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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